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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사랑스런 결점으로 가득한 제주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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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3박 4일 비행기 티켓을 마일리지로 끊어놓고 미친 듯이 설렜다.

임신 17주에 떠나는 여행이지만 쌍둥이는 배가 금방 불러온다는 글에 얼른 다녀오자고 결심.

 

한 달 동안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했다.

정보를 수집하기는 정말 쉬웠다. 네이버, 인스타, 유튜브, 게시판 등 어딜 가도 제주도에 대한 맛집부터 여행 동선, 실패하지 않는 꿀팁까지 정말 많은 정보가 폭풍처럼 쏟아져내려서

 

구글시트 하나를 열어 남편과 공유하고

미친 듯이 정보를 수집해갔다.

(물론 남편은 보지않았다 ㅎㅎ)

 

# 타인의 취향은 안전하다.
모든 요일의 여행_김민철 작가

 

출산 전에 가는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정답만 찾아 내 귀중한 시간과 동선, 지갑 사정까지 알뜰하게 모든 부분을 딱 정확하고 아주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다.

처음 계획은 소소하게 가성비 호텔 이틀 묵으며 성산 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고 마지막 날 하루는 다시는 못 잘 것 같은 비싼 호텔에 하루 묵으며 조식을 먹는 것 이게 다였다. 정말

그런데 검색을 자꾸 하다 보니 알면 알수록 제주도에 대해 정말 많은 핫플레이스가 있는 것이 아닌가?

 

겨울 제주엔

구좌당근까페, 

동백포레스트, 

귤농장체험

가야 할 오마카세 집부터 시작해서 맛집들도 너무 많았다.

 

그래 호텔은 포기하자. 더 많은 경험을 하자

더 많은 맛집을 돌아다니자

일정을 하나씩 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그만 블랙홀에 빠져버렸다.

별을 따라 목적지에서 목적지로만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여행을 잃어버린 것이다.
안전한 곳만 찾아다니다 보니
모험의 즐거움을 놓쳐버린 것이다.
나는 결코 안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었는데.

모든 요일의 여행_김민철 작가

맛집과 맛집으로 이동만 하다 보니 동선은 자꾸 꼬이고

인스타 핫플과 핫플로 쫓아다니다 보니 체력은 고갈되어

우리 부부와는 결코 맞지 않은 이상한 여행이 되어버렸다.

매일매일 힘들고 부대껴서 싸우고 싸우다

결국 마지막 날에는 둘 다 탈이 나서 호텔에서만 꼼짝없이 누워서 위액까지 토하는 최악의 경험을 했다.

 

우린 무조껀 호텔은 좋아야한다. (잠은 편하게)

내 욕심처럼 맛집은 어쩌다 한번 가는 것이지 여행중에 매끼니를 맛집으로 도배하다보면 탈난다.

(생각보다 많이 먹지 못한다. )

 

제일 기억나는 건 둘째 날 성산일출봉에서 제주시로 가는 도중에 들린

#종달리마을 에서의 #종달리747

 

둘 다 책을 읽었고 거의 40시간째 붙어있던 서로에게 잠시 관심을 껐다.

월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시간이 멈춘 듯 아무도 오지 않았다.

 

원래 내가 알아본 바로는

종달리 마을에서도 꼭 들려서 봐야 할 핫플레이스가 적어도 다섯 곳은 있었는데 굳이 남편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냥 여기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이동하면 뭐 어떤가.

지금 여기서 우리가 이렇게 좋은데..

 
 

 

종달리747에선 각자의 사연을 담은 방명록을 읽는 것이 가장 큰 매력

제주시로 이동하는 길에 운전하는 남편이 읽은 책한권을 요약해서 조잘조잘 설명해주는 것을 들으며

제주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남편이 그냥 가다가 들린 고기국수 집에서 바다를 보면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이 날이 3박 4일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다짐한다.

다음엔 좋은 호텔에서 쉬는 여행 중심으로 짜자. 

우리는 별로 돌아다니는걸 좋아하지 않는구나 서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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